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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박열> 불의의 시대,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불량한' 조선인

by 찌르르🧡 2026. 3. 19.

박열 공식 포스터
박열 공식 포스터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인력거를 끄는 한 남자, 그리고 이어지는 내레이션.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로 시작하는 파격적인 시를 읊는 여인의 목소리. 이 시를 쓴 주인공은 불령선인 중의 '일등 불령선인'인 '박열'입니다.

 

영화 <박열>은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불꽃같았던 삶을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무고한 조선인 6,000명이 학살된 비극의 시대. 일본 내각은 들끓는 민심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고자 희생양을 찾습니다. 그렇게 '조선인에게는 영웅, 일본에는 원수로 적당한' 인물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지목되죠.

 

과연 이들은 일본이 설계한 각본 그대로 움직여 주었을까요? 아니면 그 판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을까요? 제국의 심장을 뒤흔든 이들의 기막힌 기록을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박열> 영화 줄거리

비극의 시작, 그리고 조작된 음모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도쿄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일본 정부는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이로 인해 무고한 조선인 6,000여 명이 학살되는 참극이 벌어집니다. 일제 내각은 이 참혹한 사건을 은폐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거물급 희생양'을 찾기 시작합니다.

 

일제의 판을 뒤흔든 '불량한' 선전포고
일제의 표적이 된 인물은 불령사(不逞社)를 이끌던 아나키스트 박열. 하지만 그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위기를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폭로할 '역습의 기회'로 삼기로 합니다.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역시 박열과 뜻을 함께하며 스스로 '천황 암살 공모자'가 되기를 자처하죠. 그들은 구걸하는 목숨 대신, 당당히 법정의 중심에 서기로 결심합니다.

 

제국의 심장부를 조롱한 '세기의 재판'
마침내 시작된 재판. 박열은 재판장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일본 사법부를 당혹케 합니다. "조선의 관복을 입고, 조선말로 답변하며, 피고인이 아닌 조선 민족의 대표로서 서겠다"는 것. 법정은 순식간에 박열과 후미코의 독무대가 되고, 두 사람은 논리 정연한 일갈과 거침없는 태도로 제국의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치며 일본 전체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박열 스틸컷
박열 스틸컷 중

 

죽음조차 막지 못한 두 청춘의 뜨거운 기록
일제가 설계한 각본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박열과 후미코는 사형 선고를 앞두고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신념을 지켜나갑니다. 과연 이들은 죽음을 담보로 내걸었던 이 위험한 도박에서 어떤 '승리'를 쟁취했을까요?

박열 스틸컷
박열 스틸컷 중

 

<박열>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

"불량함"으로 제국을 조롱하다: 새로운 독립운동가 상
기존의 독립운동 영화들이 비장미 넘치는 영웅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박열>은 조금 다릅니다. 박열은 일제가 자신들을 비하하며 부른 '불령선인(불량한 조선인)'이라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여, 오히려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는 '아나키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무력 투쟁을 넘어 논리와 기개로 일제의 심장부를 뒤흔드는 그의 '불량한' 저항 방식은 관객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희열'을 선사합니다.

 

국경과 성별을 초월한 뜨거운 동지애: 가네코 후미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단순히 박열의 연인에 머물지 않습니다. 일본인이지만 일제의 허구성을 꿰뚫어 보고 박열과 함께 사형대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삶은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사형대 위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두 사람의 관계는 흔한 멜로보다 훨씬 더 깊고 단단한 동지적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미친 연기'의 향연: 이제훈과 최희서의 재발견

  • 이제훈: 정제되지 않은 거친 카리스마와 익살스러움을 오가며 '박열'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특히 법정에서의 일갈은 소름 돋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 최희서: 이 영화가 발굴한 최고의 보석입니다. 실제 일본인으로 착각할 만큼 완벽한 일본어 구사와 가네코 후미코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박열 스틸컷
박열 스틸컷 중

 

감상평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화면을 채우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한 실화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영화 내내 흐르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거침없는 행동들이 결코 꾸며낸 판타지가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실존 인물들이며, 그들이 내뱉은 서슬 퍼런 일갈 역시 역사의 기록 속에 오롯이 새겨져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역사 교과서 속 몇 줄의 텍스트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 <박열>은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뜨겁게 사랑하고, 시대를 고민하며, 때로는 유쾌하게 불의를 조롱했던 '청춘'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일상들은,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불의한 시대'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해 온 수많은 의인들의 헌신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하며, 이름 없이 사라져 간 혹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수많은 의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스틸컷
박열 스틸컷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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